
뉴스다 최광묵 기자 | 경상남도는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마지막 퍼즐인 ‘기술 자립’을 완성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경남도는 22일, 산업통상부 주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특화단지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다 위 LNG 공장’으로 불리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는 지상 터미널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이동이 가능해 안전성이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폭발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조선업계는 현재 전 세계 FLNG 수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수주 실적 뒤에는 한계가 숨어 있다. FLNG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천연가스 액화공정’ 기술을 해외 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우리 조선사가 배를 한 척 지을 때마다 전체 건조 비용의 약 2~3%에 달하는 막대한 기술료(로열티)를 해외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해외 기업이 액화공정에 들어가는 핵심 기자재까지 특정 업체(해외)로 지정하는 이른바 ‘벤더 고정’ 구조다. 이로 인해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도 정작 우리 조선사가 만드는 FLNG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져 왔다. 경남도는 이번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도는 FLNG 핵심 기술인 천연가스 액화공정(-162°C 냉각 기술 등)을 전략 품목으로 선정하고, 2031년까지 총 745억 원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와 기술 자립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에 경남도는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거제시, 경남테크노파크, 연구기관 등과 협력해 천연가스 액화공정에 대한 ▲핵심 기술 및 기자재 개발 ▲실증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양성 ▲전담 지원 조직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핵심 소부장 기업을 집적화하고 거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조선해양플랜트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경남이 소부장 특화단지의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산업 집적지이기 때문이다. 거제는 옥포·죽도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사가 있고, 인근 창원·통영·고성·사천에 관련 기업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중소선박연구소 등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조선해양플랜트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에 최적의 입지로 평가된다.
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의 수입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핵심 기술과 기자재의 자립화를 달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관련 기업 집적화, 인력 양성을 통해 국가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발전,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예상된다.
도는 5월부터 지역과 산업협회,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민관 합동 조선해양 플랜트 M.AX 얼라이언스’를 가동해 핵심 기자재의 공급망 자립화와 세계시장 선점을 목표로 상생 협력을 확산할 계획이다.
이미화 경남도 산업국장은 “조선해양플랜트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은 지역균형 발전과 함께 대한민국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의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 특화단지 지정 여부는 전문가 검토, 현장 평가,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2026년 7월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2021년 2월 지정받은 창원 소부장 특화단지는 국내 최대 정밀기계 산업 거점으로 해외의존도가 높은 CNC(컴퓨터 수치제어)시스템 기술 자립화와 핵심 소재·부품 공급망 안정화를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정 이후 창원 정밀기계산업 생산액과 수출액은 각 42.7%, 67% 증가하는 등주요기업의 매출 상승이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부는 2021년부터 10개의 소부장 특화단지를 지정했으며, 2030년까지 10개 단지를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특화단지로 선정될 경우 실증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지원, 전문 인력 양성, 규제 특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