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다 최광묵 기자 | 도시 건축물과 경관의 아름다움 등은 도시의 가치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고, 시민의 문화적 역량을 개선하는 공공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도시디자인으로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있는 수원시는 수원디자인대상을 주최해 디자인 자산을 확보하고 문화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역대 수상작 중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인테리어로 수원시 도시디자인의 랜드마크가 되는 곳들을 소개하니 오색 단풍과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도심을 거닐며 눈에 담아 보자.
◇오래된 동네에서 개성 넘치는 디자인 ‘보물찾기’
도시의 역사가 긴 수원시 구도심 곳곳에서는 새로운 형태를 뽐내면서도 기존 동네의 분위기와 잘 융화되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올해 수원디자인대상 수상작들은 도심과 연결되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먼저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과 영통동의 경계 지역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축물이 있다. 오래된 공업지역 내 구불구불한 골목과 저층 대형 컨테이너 건물들 한복판에 유독 눈길을 끄는 ‘다니엘열방학교(원천동 414-5)’다. 한 교회 공동체가 원래 공장과 주차장이 있던 자리를 5년 동안 손봐 대안학교로 활용하고 있다. 하부는 붉은색 벽돌을 둥근 형태로 쌓아 올리고, 상부는 하얀색 직선형으로 만들어 매우 이질적인 구조와 재료를 조합한 모습이 입체적이다. 트랙으로 개별 공간을 연결하고, 사선의 트러스와 기둥이 내외부에 투영돼 독특한 형태미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근처에 있는 ‘영흥숲공원(영통동 36-11)’도 2025 수원시디자인대상을 받았다. 도심 속 숲을 보전하면서 일부 공간을 수목원으로 조성해 정원과 생태가 어우러진 생활밀착형 도심수목원 영흥수목원을 품고 있는 공원이다. 특히 수목원 입구 방문자센터는 국내산 목재를 활용한 목구조로 만들고, 내부에 공원카페가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영흥수목원 외곽을 감싸안은 듯 둘러 수원 팔색길과 연결한 입체순환로 ‘구름마루길’은 영흥숲공원이 시민의 생활에 밀착할 수 있게 돕는다. 영흥숲과 수목원의 다채로운 사계를 외부에서도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 팔달구 우만동 주택가에서도 디자인이 부각된 보물 같은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 3층 규모로 지어진 상가주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새로운 건축의 정체성을 조화롭게 드러내는 건축물 ‘원더풀 우만(우만동 482-7)’이다. 함께 또는 따로 사용할 수 있는 1~2층 상업공간과 3~4층 단독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도로를 향한 폴딩도어와 겹창은 거리에 리듬감을 더하기도 하고, 건물과 외부를 연결하는 열린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최상층에는 천창을 활용해 빛으로 장식한 수영장이 있어 이름에 풀(pool)이 사용했다는 스토리는 재미를 더한다.
올 초 새롭게 문을 연 ‘수원지관서가(우만동 582)’는 인테리어 분야 수상작이다. 30여년 역사의 중학교가 이전한 뒤 평생학습관으로 활용하던 건물을 SK케미칼의 후원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행복을 주제로 한 수원지관서가의 인테리어는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는데 집중한 결과물이다. 오래된 천장과 입면을 허물어 개방감을 만들고, 구조체만 남긴 곳에 야외중정을 만들었다. 조경 역시 아름다운 기존공원을 볼 수 있도록 비움으로써 실내와 외부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이 모여있는 광교신도시
수원에서 가장 최근에 계획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된 광교신도시는 디자인이 우수한 건축물과 인테리어, 공공공간이 집합돼 있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닿는 아름다운 공간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2021년 수원디자인대상 수상작이 세로로 포진돼 남북을 종단 연결한다.
가장 북단에 있는 것은 ‘르디투어(이의동 1222-2)’다. 지난 2021년 최초의 수원디자인 대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건축물이다. 논과 밭을 연상시키는 입구 조경을 지나 콘크리트 벽과 통창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바로 그곳. 공간이 멋진 카페로 입소문이 난 상업 공간은 전 층을 관통하는 빈 공간과 순환형 계단, 조명과 햇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상적이다.
‘광교1동성당(이의동 1371)’은 외국 관광지에서 만날 법한 모습으로 아파트 숲 사이를 변주하며 신도시의 디자인을 한층 세련되게 만든다. 성당 외관은 서양의 전통적인 건축 요소인 돔과 아치를 현대적으로 간결하게 디자인해 아름다움을 더했다. 특히 돔 형식으로 구현한 성전의 공간감, 천장에 투사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빛, 이웃에 개방된 광장 등이 종교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독특한 외관의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하동 1017-2)’ 역시 혁신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명소다. 외관은 거대한 암석층 단면 문양을 형상화하고, 프리즘을 연상시키는 삼각 유리가 나선형으로 휘감겨 입체감이 도드라진다. ‘갤러리아 루프’라 불리는 이 통로는 백화점 최초로 전 층에 빛이 들게 설계된 장치다. 밤에 조명을 받으면 건축물이 암석 속 보석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다.
원천호수 남단을 지나 원천동과 매탄동 경계 부근에 있는 ‘아이엠센터(원천동 587-2)’는 블록을 쌓은 듯 입체적인 외관이 특징이다. 내부는 지역 교회의 선교를 위한 시설들로 구성됐다. 1천석 규모의 공연장, 장애인을 위한 교육장, 단기거주교육시설, 대안학교 등 일요일 외에는 교인이 아닌 누구나 이용하는 공간이다. 건축구조를 통해 공간 문제를 해결했다.
물결치듯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CJ블로썸파크(이의동 1356)’는 2022년 수원디자인대상 수상작이다. 기존 대지의 흐름을 확장하고 개선하고자 건물을 배치하고, 언덕의 높낮이와 유선형 보행도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어우르면서 기업의 로고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3개 동이 하나의 통합된 건물 형태를 갖추며 수원과 광교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고전 향기 가득한 행궁동에서 즐기는 도심 전경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은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아름다움과 시민의 삶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형태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수원의 대표적인 도심 디자인 명소다. 역사 깊은 마을은 옛 건물의 외형과 뼈대를 살려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가미한 건축물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
지난 2021년 수원디자인대상 수상작인 ‘테이스팅뮤지엄(북수동 72)’은 시선이 머무는 곳곳이 프레임 속 작품 같은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원래 사찰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레스토랑으로 이용 중이다. 기둥과 서까래 등 전통적인 구조체를 살리고, 현대식 인테리어 요소를 혼용해 색다르면서도 조화로운 느낌의 공간이다.
기존 주택의 틀을 살려 고즈넉한 분위기의 오픈공간을 만든 ‘스탠다드오브스터프(신풍동 169)’도 같은 해 인테리어 부문 수상작이다. 구옥의 평면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각 공간마다 다른 색채와 개성을 자랑하는 독특한 인테리어라는 평을 받았다.
수원화성의 중심인 화성행궁은 지난해 복원 완료돼 완전한 모습을 되찾았다. 막힘없이 행궁 내부를 돌아보면서 아름다운 궁궐의 건축미를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수원화성에서 가장 높은 곳인 서장대에 오르면 평온한 수원시의 전경을 시원하게 내려다보며 태평성대를 기원하던 정조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다.
특히 수원디자인상을 받은 건축물들이 모여있는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일원은 지난 2011년 제1회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아시아도시경관상 후보지로 출품될 정도로 경관 우수성을 인정받는 곳이다. 정조대왕이 축성을 계획한 1794년부터 만들어진 성곽 마을이 200년 넘게 골격을 유지하며 가치를 보존한 덕분이다. 행궁동을 둘러싼 수원화성은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문화재와 성곽을 복원하려는 수원시의 노력이 30년 넘게 이어지며 정체성을 확립했다. 수원시는 수원전통문화관, 한옥체험마을, 수원미디어센터, 팔달문화센터 등 한옥활성화를 위한 정책 노력을 더해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 문화와 경관 디자인의 매력을 더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디자인이 곧 도시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시민과 행정이 함께 디자인을 고민하는 도시를 만들어 디자인의 가치를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나누겠다”라고 말했다.
